[이슈] "10명 중 6명, 기술로 대체"…디지털 해고 시대가 시작됐다
[이슈] "10명 중 6명, 기술로 대체"…디지털 해고 시대가 시작됐다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5.04.01 0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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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위험 직무 35%, 중장년·비전공자일수록 고용 위협 심각
자동화·로봇 확산에 흔들리는 저숙련 일자리…고용구조 대전환 예고
지방은 인력난, 수도권은 스마트공장…기술 격차가 대한민국을 양분
고숙련 중심 재교육과 디지털 역량 강화가 해법
로봇과 자동화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산업 현장에서 단순 반복 업무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으며, 이를 대신해 디지털 기반의 고숙련 업무가 확장되고 있다. 사진은 스마트공장에서 로봇과 일하고 있는 근로자의 모습을 인공지능이 생성.

[아웃소싱타임스 김민수 기자] 기술 혁신이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일자리 구조를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 자동화 기술의 발전은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노동시장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전체 산업에서 자동화 위험이 높은 직무는 약 35%에 달하며, 특히 저숙련 근로자의 직무 10개 중 6개가 기술 대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는 기술 변화가 단지 일부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노동시장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반복적인 업무와 단순 기능 중심의 일자리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며, 반면 디지털 역량과 고도의 문제 해결 능력을 요구하는 고숙련 일자리의 비중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의 생산 방식뿐 아니라 교육 체계, 지역 경제 구조, 인사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양극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24년 12월 발표한 『기술 혁신과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과 AI 기술의 확산은 직무 구조 재편을 비롯해 대학의 전공 선택 경향, 기업의 인사 운영 방식, 지역 고용 분포 등 다양한 측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수도권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술 투자 확대가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른 노동시장 양극화 현상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 고숙련 수요 증가, 저숙련 일자리 감소
보고서는 로봇과 자동화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산업 현장에서 단순 반복 업무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으며, 이를 대신해 디지털 기반의 고숙련 업무가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계 조작, 정밀 제어, 데이터 분석, AI 기반 문제 해결 능력을 요구하는 직무가 중심이 되고 있으며, 특히 제조업과 서비스업 분야에서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로봇 기술의 보급 속도가 빠른 지역일수록 고용률 감소가 두드러졌으며, 자동화 가능성이 높은 직종일수록 대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들도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기존 직무 체계를 재설계하고 인사 전략을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 소재 대기업은 스마트공장 구축을 비롯한 자동화 시스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실제로 2023년 기준 전체 대기업의 41.2%가 스마트공장 구축을 완료했거나 도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방 중소기업은 여전히 기술 인프라와 숙련 인력 부족으로 인해 기술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스마트공장 구축률은 15%를 밑도는 수준이다. 

이러한 격차는 생산성 측면에서의 지역 간 편차뿐 아니라 고용의 질과 임금 수준 차이로도 이어지고 있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평균 임금 격차는 1.7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 대학 전공 선택 변화… 산업 수요 반영 강화 필요
기술 혁신은 교육 현장에도 큰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대학생들의 전공 선택 경향은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공학, 컴퓨터, 데이터 과학, 인공지능 등 기술 중심 전공의 등록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인문사회계열 또는 예체능 분야는 지원율이 하락하고 있으며, 지방대학의 경우 기술 변화에 맞춘 교육 인프라가 부족해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방 소재 대학들은 산업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역량이 부족하고, 지역 기업과의 연계도 낮아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 대학의 위축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지역 경제 전체의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학과 산업체 간의 협력 강화를 통해 교육 과정이 실질적인 노동시장 수요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통해 지역 내 청년 고용률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고용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 기업 인사 전략 변화… 재교육 체계는 여전히 부족
기술 변화는 기업의 인사 전략에도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으며,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대응 능력의 격차가 두드러진다.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FGI(표적집단심층면접) 결과에 따르면, 자동화 기술이 도입된 이후 생산성 향상은 분명히 존재했으나, 기존 인력의 재배치 또는 감원이 불가피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한 중견 제조기업 인사담당자는 "자동화 시스템 도입 후 생산성은 약 20% 향상됐지만, 단순 기능직 5명을 감원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번 FGI에는 수도권과 지방의 제조·서비스업 12개 기업이 참여하였다.

대기업은 비교적 체계적인 전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여전히 재교육 여건과 예산, 인프라 측면에서 부족함을 겪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기술 변화에 따른 고용 충격이 중소기업과 저숙련 근로자에게 집중되도록 만들며, 결과적으로 노동시장 내 이중구조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고령 근로자, 비정규직, 저학력 근로자 등 취약 계층에 대한 재교육과 직무 전환 기회가 제한되면서 이들이 기술 변화의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이들 계층을 위한 맞춤형 직무훈련 프로그램과 재취업 지원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 정책 제언: 지역 균형과 디지털 역량 강화 중심으로
보고서는 기술 혁신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노동시장 구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우선 디지털 기초역량 교육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중장년층이나 비전공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실용 중심의 훈련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직업계 고등학교, 전문대학, 지역 평생교육기관 등과 연계한 맞춤형 디지털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직무 전환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지역 중소기업이 기술 전환을 감당할 수 있도록 스마트공장 구축 및 자동화 기술 도입에 필요한 재정·기술 지원을 강화하고, 지방 정부와 연계한 지역 일자리 창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지원 정책이 실현될 경우, 중소기업의 자동화율이 향상되어 생산성은 물론 고용 안정성도 높아질 수 있으며,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실제로 유사한 정책을 시행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청년 고용률이 7%포인트 이상 증가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대학과 산업체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하여 지역 산업의 특성에 부합하는 교육과정 설계를 장려하고, 청년층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정책도 병행되어야 한다.

한국고용연구원은 "기술 혁신은 단순히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 구조와 사회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곡점"이라며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인간이 놓일 수 있도록, 교육과 고용 정책 모두 인간 중심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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