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이 닥치면 가벼운 오락산업은 엄청난 호황'을 누리게 된다.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값싼 오락으로 날려 버리려 하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았던 엔화가 강세를 지속하자 일본의 수출산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대기업의 침체는 물론 중소기업들의 도산이 줄을 이었다.
거리로 밀려나는 일본의 근로자들이 쌓인 스트레스를 다양한 저가의 오락으로 해소했다. 이때 불황과 관계없이 수입을 확보하고 있었던 수십개의 특허를 보유한 어느 나이든 신사는 긴자 거리를 페라리 오픈카로 달리면서 환한 얼굴을 들어낸채 흰머리를 휘날려 대조를 이루었다.
요코하마의 사거리에 위치한 휘황 찬란한 빠찡꼬(구슬치기) 집으로 자전거를 타고온 중년주부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면서 들어갔다. 오전 11시에 불과했지만 벌써 빠찡꼬집은 초만원이었다. 2~5천엔 정도의 판돈을 준비해 갔지만 기계와 구슬치기해 승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빠찡꼬 집을 나오는 일본인들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일본은 장기불황으로 돈이나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골프나 해외여행 등이 크게 위축되었지만 빠찡꼬 등 가벼운 오락산업이 크게 호황을 누렸다.
이 덕분에 재일교포가 운영하는 빠찡꼬 회사들이 크게 성장했다. 1950년대초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현해탄을 밀항선 타고 건너 일본에 잠입한 청년 한창우는 온갖 잡일을 하면서 호세이대학의 야간부를 졸업했다. 한국에의 귀국을 포기한 한창우는 '마루한' 이라는 빠찡꼬집을 차린다. 일본 고도 경제성장기를 지나면서 기반을 다진 마루한은 1992년 버블 붕괴후 주가 및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자 쬐어오는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찾아오는 일본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급성장하게 된다.
완전고용이 이루어지는 아베 정권이 2013년 들어서기까지 일본 최고의 현금을 보유한 마루한은 200개 이상의 많은 빠찡꼬 집을 확보해 매출액 2조엔대(약25조원)의 대기업으로 부상했다.
뿐만 아니다. 시내 곳곳에 산재해 있는 마작집, 스크린 경매장 등 1~3천엔 정도로 즐길 수 있는 오락집에는 일본인들이 바글거렸다.
게임이라는 오락도 비싼 돈을 들여 게임기나 소프트를 구입해야 할 수 있는 것보다 집에 틀어박혀 즐길 수 있는 저렴한 경비의 PC나 모바일 네트워크 게임이 성황을 이루었다.
이때 네이버가 일본의 IT플랫폼회사로 주가를 띄우다가 분식회계가 발각되어 도산한 일본의 '라이브도어'를 인수해 '라인'으로 사명을 변경해 모바일 게임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급성장했으며, 일본의 GREE라는 모바일 게임업체도 높은 매출 및 이익을 실현하면서 주가가 폭등했다.
이밖에 일본의 네트워크 및 모바일 게임회사들의 성장도 두드려졌다.
반면에 한번 필드에 나갈 경우 최소한 2~5만엔의 경비가 소요되는 골프장의 손님이 급감했다. 대규모 부채, 계속되는 적자로 대형 골프장들이 이를 극복하지 못해 1엔에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당시 한국은 개도국의 고도 성장을 하고 있었으므로 골프 수요가 폭증했고 해외 골프 수요까지 크게 늘어나자 국내의 골프장 건설은 물론 일부 한국계 회사가 일본의 골프장을 인수해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해외원정 골프 서비스에도 참여했다.
또한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일본의 스키장도 손지갑이 얇아진 젊은층 들의 방문객이 급감하자 도산하는 스키장이 늘어났다. 엄청난 투자로 화려하게 장식한 일본의 리조트 시설 업체들의 도산이 줄을 이었다.
심지어 일본의 우체국이 운영하는 수백개의 시설을 보유한 공익기구가 늘어나는 적자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단돈 1엔에 매각되어 일본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이럴 정도로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게 되면 오락산업이 급속하게 변하게 된다.
하지만 위기와 변화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한다는 말과 같이 리조트산업의 재편 당시 일본의 30대 젊은 청년 요시노는 도산해 방치된 고급 리조트 시설을 공짜로 인수해 요시노리조트그룹을 만들어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에 나서면서 오늘날의 일본 최고 리조트회사로 성장했다(일본의 휴양지를 가면 요시노라는 이름의 리조트 시설을 자주 볼 수 있다).
일본은 위와같은 커다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금과 같이 안정을 찾게 된다.
그러면 저성장 시대를 맞은 한국의 오락회사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드는 가벼운 오락산업으로 수요가 신속하게 이동하게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값비싼 골프와 스키 및 리조트 등의 수요가 정체되거나 줄어드는 반면에 적은 용돈으로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이나 바둑 그리고 산보 조깅 등의 오락이나 운동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며 이들 관련 회사들의 성장이 계속될 것이다.
이용단가가 비싼 삼성에버랜드와 같은 고급 유기시설은 침체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장기간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일본의 도쿄 디즈니랜드를 연구하고 분석해 끊임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도입해야 영원한 생존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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