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최근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저마다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차별화된 인재를 선발하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선진국 못지않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선발절차를 개발,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채용방식에 있어서도 기업마다 개성과 고유성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2005년도는 신입사원 선발 프로세스의 ‘구조화’와 ‘시스템화’가 급속히 확산됨으로써 국내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에 있어 일종의 전환점을 마련한 해라고 보여진다.
최근 국내기업들의 면접과 인·적성 검사의 동향은 기업에 따라 한두 가지 절차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고 각 단계의 정교성에 있어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지만 채용단계별 베스트 프랙티스들을 연결해 놓은 것으로 ‘통합적인 구조적 선발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다.
1. 모집채널의 다양화·글로벌화
채용규모가 결정되면 모집활동이 시작된다. 모집방법은 캠퍼스별 모집, 전문분야별 모집, 인터넷 모집, 채용전문 회사를 통한 모집 등과 같이 다양화되고 있다.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천채용, 해외 유학생 채용 등을 일반 공개채용과 별도로 시행하는 경우도 늘고 있고 그룹사 채용방식에서 탈피하여 계열사별·사업부별 채용방식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해외 지역별로 전략적인 개념의 채용방식이 확산되고 있어 진출지역별로 모집채널을 현지특성에 맞게 발굴하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예를 들어 SK와 LG, 삼성 등은 해외 장학 프로그램과 진출지역별 채용전략을 연계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경향은 경영전략에 따라 채용소요를 도출하고 채용의 목적별로 최적의 모집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2. 고유한 선발모형과 절차운영
선발절차 전반에 걸쳐 표준화된 모형(model)을 수립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지원분야별 지식과 스킬에 대한 모형, 요구되는 직무역량(행동)에 대한 모형, 자사의 문화나 가치관에 대한 모형, 인성 및 적성에 대한 모형 등과 같이 다양한 형태의 모형들이 있으며 이 모형들은 선발 프로세스와 긴밀히 연계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식과 스킬 모형의 경우 서류전형 단계와 전문성 면접단계에서, 행동모형의 경우 직무역량 면접단계에서, 가치관 모형의 경우 서류전형 중 자기소개 부분과 적합성 면접 단계에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선발단계에서 고유의 모형을 개발, 적용하려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LG전자는 채용절차 전반에 걸쳐 ‘LG전자 Way’를 연계하고 있고, POSCO의 경우 미션과 비전에 근거한 인재상에 따라 모형을 개발하는 등 대다수 기업들이 고유한 채용 및 선발모형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각의 선발단계들은 나름의 모형과 평가요소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필터링 개념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선발단계별 점수들을 합산한 총점으로 당락을 결정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필터링 방식을 운용하여 단계별로 ‘과락(pass/fail)’ 개념을 적용하는 추세이다. 종합점수상으로는 합격이지만 특정단계에서 저조한 점수가 나오면 다른 단계들의 결과에 관계없이 탈락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평가요소간의 균형성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3. 인·적성 검사의 활용성 강화
인·적성 검사의 경우 과거에는 상식이나 전공시험과 같이 일종의 필기시험 성격으로 활용되기도 하였고 단순한 참고자료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의 흐름은 자사의 업무특성 및 문화에 맞지 않는 사람을 가려내거나 직장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특이자를 구분해 내는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즉 인·적성 검사가 그 본래의 적용목적에 더욱 충실하게 사용되면서도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구로 채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성과 적성 모형의 경우 삼성(SSAT), SK(종합적성검사) 등과 같이 자사 고유의 모형을 활용하는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표준형 검사지를 그대로 쓰거나 일부 수정하여 사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평가결과는 전산을 통해 도출된 정보에 전문가의 분석과 의견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정리된다.
최근에는 자사의 문화와 가치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여 개발된 일종의 ‘특화형 검사지’를 기존의 인·적성 검사지와 별도로 개발하여 사용하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CJ는 BJI(Business Judgment Inventory)라는 고유의 가치적합성 평가도구를 쓰고 있고, Hynix는 반도체 산업에 특화된 도구를 채택하고 있다.
4. 서류전형의 체계화
서류전형 단계에서는 학점, 어학점수와 정량적 항목들은 전산을 통해 자동으로 산출하고 자기소개와 같은 정성적 분야의 경우 현업부서가 참여하거나 표준화된 평가기준을 수립, 적용하는 방식을 통해 체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는 전형적인 자기소개서들을 분석한 후 개성없이 천편일률적으로 작성된 경우 감점을 준다거나 지원분야별로 자기소개서 평가기준을 수립하여 현업 평가위원들에게 제시하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직무경험, 해외연수, 수상경력, 사회봉사활동 등은 수립된 기준에 따라 지원분야(career field)별 현업위원들이 주도하여 평가한다.
5. 역량(행동·지식·스킬) 중심의 면접확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다양한 형태의 과학적인 선발기법들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기업들이 평가센터(assessment center) 방식을 응용한 ‘역량면접’을 채택하고 있다. 역량면접은 평가의 객관성과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사전에 수립된 정교한 평가기준에 따라 실제 관찰된 행동에 의거하여 평가함으로써 면접자의 주관성과 피면접자의 거짓대답을 최대한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역량면접의 경우 기업마다 매우 다양하여 단순히 역량면접용 질문지만 개발, 사용하는 것에서부터 모의수행평가(simulation) 도구들을 회사 특성에 맞게 활용하는 경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시뮬레이션으로는 집단토론과 분석·발표, 문서처리 등이 있다. 시뮬레이션은 유형별로 기본형식과 개발원리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적용되는 내용과 형태는 채용의 목적과 기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포스코의 집단토론은 6인 1조로 지원자를 편성하여 개개인에게 서로 다른 역할을 부여, 토론을 시킨다. 국민은행의 분석·발표는 문제해결형 주제를 주고 논술을 작성하게 한 후 발표를 하게 한다. 이외에도 삼성, CJ, 신세계, 대우, 태평양 등이 이런 도구들을 자사 특성에 맞게 활용하고 있다.
역량면접은 다른 면접방식에 비해 도구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고 전체적인 배점비중도 높은 편으로 이는 그만큼 유용한 변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평가도구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역량면접의 경우 관찰과 대화를 통해 확인될 수 있는 ‘행동요소’ 평가에 적합하기 때문에 전문지식이나 스킬의 평가에 역점을 둔 별도의 면접방식도 늘어나고 있으며 이를 ‘전문성 면접’이라고 부른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공분야별 현장사례들을 난이도에 따라 문제은행식으로 구성한 후 지원자들이 그에 대한 해결책을 작성, 발표하는 면접이 있다. 포스코는 지원분야별로 전문성을 평가하기 위한 표준질문들을 개발하여 전문성 면접에 활용한다.
6. 적합성 면접과 임원평가 비중 축소
최근 들어 지원자들이 조직의 가치나 문화에 적합한지에 대해서도 면접을 통해 평가하는 기업이 늘고 있으며 이런 경우를 ‘적합성 면접’이라고 한다. 가치 또는 문화의 적합성은 인·적성 검사만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은 면접을 통해 검증하려는 것이다.
한편 역량면접이나 전문성 면접은 실무자 또는 중간관리자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적합성 면접은 회사의 전략과 기업문화에 대해 통찰력이 있는 임원급 고위관리자들이 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포스코, 삼성전자, SK 등이 대표적 기업들이다.
적합성 면접과 관련하여 신입사원 면접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경향은 과거보다 임원들이 면접절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임원들이 앞 단계의 결과들을 참고하여 당락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평가단계별로 평가요소들을 분배한 후 임원들은 적합성과 같은 일부 평가요소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면접위원별 특성에 따라 평가요소를 차별화함으로써 채용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7. 면접 전문인력 양성
아무리 평가절차와 도구들을 잘 개발해 놓아도 개발취지와 목적에 충실하게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외부 전문기관들과 협력하여 모형, 절차와 도구 등은 개발할 수 있겠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육성해 놓지 않아 활용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내 면접전문가 Pool을 지원분야별로 구축하고 있으며 면접참여도나 실적을 인사에 연계하기도 한다. 이는 채용이 회사 전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신입사원 면접전문가들을 육성하고 이들의 면접참여 활동을 업적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포스코와 CJ, 국민은행, LG전자 등은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3박4일에 이르는 다양한 교육을 통해 면접전문가들을 양성하여 면접에 주도적으로 참여케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최근의 국내 채용 트렌드는 단순히 일시적인 유행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기업의 많은 부문이 아웃소싱되고 분야별로 전문업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시장을 통해 물리적 자원을 과거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경쟁우위의 원천이며 채용은 이를 위한 출발점이고 뿌리에 해당한다는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뒷받침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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