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불리한 평가 받을 것을 우려해 부당 대우에도 침묵 유지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직장인 상당수가 이직 과정에서 평판 조회(레퍼런스 체크)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우려로 인해 직장 내 부당한 일을 목격하거나 경험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일부터 11일까지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평판 조회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64.7%가 이직할 때 평판 조회가 빈번하게 이루어진다고 답했다. 특히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의 경우 75.2%가 평판 조회가 잦다고 응답해 다른 업종에 비해 최대 19%포인트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직장갑질119는 업종별로 평판 조회 빈도의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사회복지시설, 병의원, 어린이집 등에서 경영진의 권력이 강하게 작용하며, 이들 사이에서 비공식적인 정보 공유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일부 업계에서는 원장들이 비밀 단체 대화방을 운영하며 평판 조회를 조직적으로 수행한다는 소문도 전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가운데, 평판 조회 시 불리한 평가를 받을 것을 우려해 직장 내 부당한 대우나 경험에도 문제 제기를 적절히 하지 못하는 직장인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나 평판조회의 부정적 영향이 비판을 받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5.4%는 평판조회를 고려해 부당한 대우에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56.1%)와 30대(46.4%) 직장인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직장인 81.3%는 구직자의 동의 없이 진행되는 평판 조회에 대해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 처리자가 지원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제공하거나 제공받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악의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할 경우 근로기준법상 '취업 방해 금지' 조항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조항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평판 조회가 위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직장인은 30.4%에 불과했다. 많은 직장인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평판 조회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는 것이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전 직장에서의 업무 태도, 인사고과 등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위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심지어 주관적인 평가조차도 개인정보에 해당할 수 있어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사용자들 간의 교류가 활발한 특정 업종에서는 평판 조회가 취업 방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직장 내 부조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더욱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평판 조회의 문제점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관련 연구와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며, 제도적 보완도 미흡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