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 내 전세계 은행업 종사자 20만명 감소 예측
디지털 혁신이 제시하는 위기와 기회, 새로운 아이템 창출에서 답을 찾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최근 IBK기업은행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CES 2025에 참가해 인공지능과 금융의 융합으로 고객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는 미래성장형 모델 등을 제시했다.
행사에 참여한 김형일 IBK기업은행 전무이사는 “CES 2025는 금융권의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 할 것이며, 앞으로 빅데이터와 AI기술을 활용하는 역량이 금융권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 1월 KB금융은 디지털 및 AI 혁신 주도를 위해 지주사 내 디지털 부문을 신설하고 계열사 중심의 현장 경영 체제로 전환을 선포했다.
신한은행은 AI연구소를 신설하여 데이터 기반 솔루션 조직으로 재편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지난해 11월 AI 무인점포를 개설해 운영에 돌입했다.
이렇듯 최근 몇년 사이 은행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일자리 변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은행업의 디지털 전환은 일자리 감소와 창출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문제는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는 대다수 분야가 단순업무나, 대면 업무와 연계된 분야로 아웃소싱 업계와 밀접하다는 데 있다. 금융권 내 아웃소싱 산업이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할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 금융권 디지털 혁신에 따른 점포 수 감소와 대면 업무 축소, 아웃소싱 업계에는 '적신호'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 업무 확산의 영향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부문은 바로 은행 점포 수다. 인출, 이체, 예적금 뿐 아니라 대출상담과 심사와 같은 복잡한 업무도 비대면으로 가능해지면서 은행은 점포 수 축소로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는 추세다.
이에 더해 디지털 전환으로 업무 효율성이 증가하면서 직원 한 명이 소화할 수 있는 업무량이 늘며, 주요 점포는 통폐합을 통해 운영비를 절감하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는 인건비 뿐 아니라 점포 임대료와 관리비 각종 세금까지 직접, 간접 관리비가 많아 점포 하나의 축소가 곧 손익 증대로 이어지는 까닭에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국내 은행의 점포 수는 총 5849곳으로, 1년 전 5902곳보다 53곳 줄었다.
은행 점포수는 지난 2012년 4분기 말에 7835곳으로 가장 많은 숫자를 확보하였으나 이후 계속 내리막세다. 이는 해외 점포 수를 포함한 것으로 국내 일반 은행 수만 한정한다면 그 숫자는 더 줄어든다.
은행업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점포 축소에 그치지 않고, AI와 디지털 기술의 도입으로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AI 기반 ‘콜봇 서비스’를 통해 대출 연체 관리와 상품 안내를 자동화했으며, 신한은행은 비대면 프리미어 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해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도입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의 단순 업무를 대체하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축소를 병행하고 있다.
은행권 일자리 축소는 국내에만 비롯된 일이 아니다. 블롬버그 통신은 AI를 통해 인간이 해온 업무가 대체되면서 전 세계 은행에서 향후 3년~5년 사이에 20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 세계 은행의 최고 정보·기술 책임자들은 평균적으로 인력의 3%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응답자 93명 가운데 약 4분의 1은 5~10% 감축 가능성을 전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토마시 노에첼 BI 선임 분석가는 "(고객을 직접 상대하지 않는) 백 오피스와 미들 오피스, 운영 부문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이 포함된 모든 직업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와같은 일자리 축소를 예상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AI 활용과 인력 감소가 곧 돈이 되기 때문이다.
BI에 따르면 오는 2027년에는 AI로 생산성이 높아져 은행들의 세전 이익이 12~17% 증가해 순이익 합계가 최대 1800억 달러(약 262조원)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조사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생성형 AI가 향후 3~5년 안에 생산성과 수익 창출을 최소 5% 증가시킬 것으로 봤다.
씨티그룹은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AI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은행업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은행업 일자리 가운데 약 54%가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여전히 많은 기업은 이런 변화로 인간의 역할이 완전히 대체되기보다는 기술에 의해 바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 피할 수 없다면 정면돌파, 새로운 분야에 아웃소싱 영향력을 높여라
아웃소싱 산업은 은행업의 디지털 전환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아웃소싱 산업은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AI와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을 활용한 솔루션 서비스 제공, 효율적인 인력관리 시스템 개발 등이 대표적인 대응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아울러 아웃소싱 기업은 내부적으로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직원 교육 및 재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단순히 인력을 공급하던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기술력을 갖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요구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 서비스 개발이 중요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아웃소싱 기업이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한편, 은행업 디지털 전환은 위기와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아웃소싱 산업이 은행권에서 제공하던 기존 서비스가 축소되는 대신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대체된 일자리를 보완하기 위해 아웃소싱 기업은 데이터 분석, AI 운영 지원, 디지털 보안 관리 등 새로운 분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디지털 전환에 특화된 컨설팅 서비스나 디지털화된 사무 지원 솔루션 제공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또는 비대면, 디지털전환에 따른 업무가 불가능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역으로 제안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는 것이 비대면 서비스와 디지털 기술에 익숙치 못하거나 사용 제약이 있는 시니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특화 서비스를 구축하여 제안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늘어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전문 서비스를 구축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여 아웃소싱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이미 금융권 현장에서는 시니어와 외국인이 주요 고객층으로 부상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특화 점포 구축과 다국어 서비스 앱을 확장하고 있다.
만약 아웃소싱 업체가 사용기업보다 전문 서비스 역량을 더 확보할 수 있다면 이전에 없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아웃소싱 기업은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이미 갖추고 있다.
예를들어 외국인의 경우 각족 비자와 체류 유형 등 복잡하게 얽혀 고민해야하는 내용이 많다. 아울러 고용형태와 급여통장 개설 등에 관한 내용도 현장 실무에 익숙한 아웃소싱 기업이 갖고 있는 데이터와 인프라로 전문성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하다.
디지털 혁신은 아웃소싱 기업이 단순 하청이나 도급 관계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협력기업, 파트너사로 사용기업과 유기적 관계를 맞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단순 인력 공급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창출한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