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르르릉!”
“안녕하십니까? 행복을 드리는 OO 텔레콤, 윤 대리입니다.”
윤 대리는 오전 근무 중이다. 전화를 받자마자, 전산에 뜨는 고객 정보를 훑어본다. 조금 전 고객센터에 전화한 이력이 있는 고객이었다.
“야! 이렇게 더운데 누구 똥개 훈련하는 거야!”
받자마자 소리를 내지르는 고객은 전화를 받는 것이 잘 안 된다며‚ ‘수신불가’로 상담한 이력이 여러 번 있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무더위에 밖에서 일하는 고객은 얼굴에 땀이 항상 흥건했다. 오는 전화를 몇 번 받으면 전화기에 땀이 들어가서 바로 수신이 안 되는 상태가 되는 것이었다. 새것으로 교체해도 며칠뿐이었다.
전화 받는 것이 안 된다고 전화한 고객에게 기기 고장을 안내한 상담사에게 화가 난 고객은 이내 욕설을 했다. 그러다, 상담사가 전화를 끊은 모양이었다.
“이렇게 더운 여름에 너는 시원한 데 앉아 있으니 살 만하냐? 이 XX야!”
고객의 욕설이 시작되었다. 흥분한 고객과는 반대로 윤 대리는 침착하게 응대하기 시작했다.
“고객님! 날씨도 더운데 많이 속상하셨겠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번 전화하셨던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제가 바로 확인해 드릴게요!”
○윤대리: 전 이 고객의 욕이 욕으로 들리지 않았어요.
▣감정연구소: 그럼 어떻게 들리던가요?
○윤대리: 무더위에 힘들게 일하는 고객의 아우성! 제가 감정노동을 느꼈다기보다는 고객의 감정노동을 들어주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감정연구소: 하하! 고객이 하는 욕설이 고객의 감정노동으로 들렸다는 말씀이신가요? 이 정도면 득도하신 것 아닌가요?
○윤대리: 요즘 같은 더위에 밖에서 얼마나 땀이 흐르면 전화기가 고장이 다 나겠어요. 얼마나 더우면 폭염이라고 표현하겠습니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하지만, 그 전 상담원은 욕설로 들었던 듯합니다. 고객이 끊기 전에 선 종료했음을 메모에 적어놓은 걸 보니까요.
▣감정연구소: 사례를 들어보니, 앞서 설명한 신 김치 에피소드가 이해되시나요?
○윤대리: 네! 신 김치요. 신 김치 볶아 먹으면 맛있는데요.
▣감정연구소: 하하! 저도 공감합니다. 신 김치를 볶아 먹으면 신 김치가 아닌 볶은 김치가 되듯이 욕도 듣기에 따라 욕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윤대리: 분명히 욕인데, 욕이 아닐 수도 있다고요? 그런 말은 처음 듣는데요. 욕은 다 욕 아닌가요?
▣감정연구소: 성희롱 방지 교육 받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윤대리: 네! 성희롱은 상대방이 성희롱을 느끼면 성립되는 것 아닌가요?
▣감정연구소: 맞습니다. 욕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이 ‘자신을 욕보였다’라는 느낌을 받았다면 욕설이 성립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농욕으로 범주화될 수 있으며, 더 넓게는 감탄사라고 보기도 합니다.
○윤대리: 종종 영화에서 욕쟁이 할머니가 나오는 장면에서 보게 되는 ‘빌어먹을’, ‘우라질!’ 이런 종류의 것도 욕과 감탄사의 범주를 왔다 갔다 하네요.
▣감정연구소: 좋은 예시입니다. 그러므로, 고객이 같은 자극을 주었어도 어떤 사람은 그것을 감정노동으로 인식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감정노동이 아닌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윤 대리님은 욕설하는 지금 고객은 괜찮다고 하셨어요. 오전에 법 조항에 근거해서 답변하라고 했던 고객도 욕설을 했나요?
○윤대리: 아니요. 욕은 하지 않았어요.
▣감정연구소: 그렇다면, 윤 대리님께는 어떤 감각을 감지했을 때 감정노동을 느끼는지에 대해서 공통분모를 찾아볼 필요가 있겠네요.
먼저, 나의 최근 느낀 감정을 알아차리는 실습을 해 보고 다시 얘기를 나누어볼까요? 최근 일주일 동안 느낀 나의 감정을 1분 동안 적어보는 겁니다. 다음 장에 지금부터 적어볼까요?
최근 일주일 동안 느낀 나의 감정을 1분 동안 적어보자.

▣감정연구소: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몇 개 적으셨어요?
○윤대리: 이거 생각보다 감정을 떠올린다는 게 쉽지 않군요.
▣감정연구소: 하하! 그러셨나요?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을 나와 분리해 온전히 감정만을 생각해본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겁니다.
○윤대리: 감정을 나와 분리한다고요?
▣감정연구소: 나의 몸과 마음은 하나인 것 같지만, 실은 하나가 아닙니다.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실은 마음은 또 하나의 나의 개체나 다름없지요.
○윤대리: 마음이 또 다른 나의 개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감정연구소: 꼭 나와 분리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나의 마음이 아프면 ‘아! 네가 아프구나!’ 혹은 기쁘다면 ‘네가 기쁘구나!’라고 알아차려주는 것은 감정노동 해소에도 매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설명해드린 겁니다.
○윤대리: 그렇게 말씀하시니 이해가 좀 되네요. 전 제 마음이 느끼고 있는 것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 않고 사는 것 같네요.
▣감정연구소: 일주일 동안 느낀 감정은 어떤 감정이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윤대리: 행복, 희열, 분노, 기쁨, 사랑 5개 적었네요.
▣감정연구소: 단순히 느낀 감정만 이야기했을 뿐인데, 지난 일주일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느껴지네요. 1분 동안 적은 개수가 7개 이상이라면 나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7개 이하를 적었다면, 나의 감정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윤대리: 그렇다면, 저는 조금 더 제 감정을 알아차리기 위해 분발해야겠군요. 하지만 막상 적으려고 하니 평소 생각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감정에 대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래서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감정연구소: 하하! 그럴 수 있습니다. 내게 감정표현이 익숙하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죠. 강의에서 실습해보면, 실제로 비슷한 표현만 반복적으로 나오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감정에 대한 다양한 표현이 많은 나라도 드문데 말입니다.
○윤대리: 다양한 감정표현을 한번 보고 지나가면 어떨까요? 이후에 나의 감정에 대해서 표현할 때를 대비해서요.
▣감정연구소: 네~ 좋은 의견입니다.
다음의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표현〉을 참고하세요.
긍정적인 감정표현에는 ‘행복한'‘안락한’, ‘편안한’, ‘뿌듯한’, ‘환희에 찬’, ‘자랑스러운’, ‘평안
한’, ‘푸근한’, ‘기쁜’, ‘가슴 벅찬’, ‘호감이 가는’, ‘황홀한’ 등의 표현이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
정표현에는 ‘짜증 나는’, ‘분개하는’, ‘슬픈’, ‘열 받는’, ‘우울한’, ‘침울한’, ‘욱하는’, ‘가슴이 찢어
지는’, ‘낙심하는’, ‘성가신’ 등의 표현이 있어요. 윤 대리님이 더 많은 표현을 나중에 더해주 세요~
내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만큼 꼭 필요한 일입니다.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표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