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세계폭주
[신간 안내]세계폭주
  • 김연균
  • 승인 2017.03.29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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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타임스]
“길은 도처에 있다.

아니, 도처가 길이다!”

길 위를 벗어난 작가, 세계의 오프로드를 달리다


젊은 날의 마루야마 겐지

그를 만든 기묘하고 뜨거운 여행

서른 전후의 젊은 마루야마 겐지는 오프로드 바이크와 사륜구동차로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막을 질주하고 케냐의 사파리 랠리를 취재하는 여행을 떠난다. 정신적인 끌림이 있는 나라 노르웨이와 카우보이의 로망이 남아 있는 미 서부를 달리기도 하고, 소설을 쓰기 위해 유조선을 타고 인도양을 건너기도 한다. 이런 여행을 통해 그는 자유와 자립을 느끼고, 소설을 생각하며, 인생에 질문을 던진다.

마루야마 겐지가 달리면서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솔직하게 풀어 놓은 글은 그의 고민과 가치관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자신을 억압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삶을 온전히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그의 말들은 폭주하는 여행을 통해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에게 탈것으로 위험과 스피드를 즐기는 것은 단순히 치기 어린 행동이 아니라 하나의 의식과 같다. 오전 시간 집필에 몰두하며 쌓인 정신의 긴장을 육체를 움직여 털어 내는 것이며, 살아 있다는 자각과 내 몸이 내 것이라는 자유를 느끼기 위한 행동이다. 이 의식을 통해 그는 점점 ‘마루야마 겐지’가 되어 간다. 이 여행들이 지금의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자유를 거머쥐기 위해 나는

세상 사람들이 상식이라 여기는 것들을 내던졌다”

자유를 찾고 자립을 얻다(오스트레일리아 사막)

그의 여행은 얼핏 보아도 평범하지 않다. 애초에 달리기 위한 여행이기 때문이다. 그는 마음이 맞는 사진작가 가게야마 씨와 오프로드 바이커인 도시 씨와 함께 오프로드 바이크와 사륜구동차로 오스트레일리아 사막을 달렸다. 로드 킬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브레이크가 아니라 액셀을 밟아 피해 지나가야 안전하다는 것을 깨닫고, 자연을 버리고 도시에 물든 애버리지니를 비난하고, 자연 속 인간의 미진함을 느끼면서 저자는 사막에서의 질주에 적응해 간다. 마음대로 가고 싶은 곳을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자유의 의미를 몸으로 느끼게 했다. 그에게 사막은 자유를 느끼게 하는 오프로드였다. 사람이 한없이 작아지는 대자연인 사막을 달리면 마루야마 겐지는 자신이 지향하는 삶의 모습을 다듬었다.

환영이 아닌 진짜 감동을 찾아(케냐 사파리 랠리)

사파리 랠리는 포장된 길을 두고 일부러 궂은 길을 찾아 달리며 드라이버의 한계를 시험하는 시합이다. 단순해 보이는 랠리지만 각자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정이 숨어 있음을 겐지는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무조건 이기기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 헬기와 경비행기 등 각종 첨단 도구를 도입하는 자동차 회사들, 그런 회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열악한 조건의 개인 출전자들, 달리는 차에 환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고가 일어나기를 바라는 구경꾼들, 경기 중 가축과 동물이 치어 죽은 원한에서 달리는 차에 돌을 던지는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파리 랠리를 만들어 낸다. 돈이 있는 자와 없는 자, 일이기 때문에 달리는 자와 꿈을 이루기 위해 달리는 자의 대비는 빈부격차가 심한 케냐에서 더 극명해진다. 특히 저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오직 달리기 위해 개인으로 참가한 선수들이다. 남의 시선 따위 개의치 않고 자신의 의지로 핸들을 잡고 액셀을 밟는 사람들. 그들의 빛나는 랠리가 마루야마 겐지의 펜 끝에서 살아난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나타났다(노르웨이)

정돈되지 않은 자연 속에서 속도감 있는 여행을 하던 저자에게, 노르웨이는 너무나 고요하고 정신적인 나라였다. 겐지의 글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북유럽의 이미지는 뒤집어진다. 틀을 벗어나지 않고, 아무 일 없어서 도리어 허무한 여행. 뜨겁지 않은 태양이 오래도록 떠 있는 나라. 이런 노르웨이를 두고 저자는 어디를 가도 질서 있고 조용하고 친절하지만 그래서 활기가 없고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하며, 바이킹의 후손이고 <절규>를 그린 화가를 낳은 나라의 일면을 찾는다. 아무튼 그에게 노르웨이는 자신의 결과 맞지 않는 나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지에 몰렸을 때의 마지막 카드로, 또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세계로 노르웨이를 떠올린 이유는 뭘까. 아마도 길 위에서 벗어나 달리고 또 달리는 삶이 흔들릴 때, 정 반대편에서 자신이 살아가야 할 세상과 추구하는 것을 또렷이 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노르웨이에서 돌아온 마루야마 겐지는 ‘무거운 병이 순식간에 나은 듯한’ 기분이 되어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자신의 말과 글로 살아가는 작가

언제든 앞으로 나아가는 여행을 떠나다

그것이 답이든 아니든

그 밖에도 겐지는 미 서부를 달리며 개척시대의 정신을 떠올리고, 소설을 쓰기 위해 무작정 대형 유조선에 올라타기도 한다. 그는 자신이 필요하면 언제든 앞으로 나아가는 여행을 떠났다. 그것이 답이든 아니든. 자신의 능력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격한 여행을 거듭하며 그는 변했다. 그리고 “거칠고 피비린내 나는 현실이라는 파도를 여행이라는 형태로 헤쳐 나가고, 또 실수를 하면서 단련된 것은 아닐까.” 하고 반문한다. 그 말이 맞을 것이다. 지금의 마루야마 겐지의 말이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그의 말이 독특하거나 강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자신의 말을 그대로 행동으로 보여주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삶은 여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부서지고 혹은 단단해지며 그는 자신의 글과 말로 살아간다. 마루야마 겐지의 글은 그대로 그의 인생이며 그의 여행이다. 그리고 마루야마 겐지 그 자체다.
그는 말한다. 부모를 버리고 국가를 버리고 회사를 버리고, 떠나라고. 자립한 자신, 온전히 나의 의지로 살아가는 자신을 찾으라고. 그러기 위해 자신의 방에서 뛰쳐나가 어디로든 떠나라고. 그 자신이 그랬듯이.

지은이 : 마루야마 겐지 / 옮긴이 : 김난주 / 출판 :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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