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71%가 해고ㆍ재계약ㆍ외주화 대상
비정규직 71%가 해고ㆍ재계약ㆍ외주화 대상
  • 김연균
  • 승인 2013.04.2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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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산업 이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총·대선에서 “사회 양극화의 핵심은 비정규직 문제”라며 2015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대기업 비정규직 정규직화 유도를 약속했다. 또한 공약으로 ▲사내하도급 보호법 제정 ▲비정규직 사회보험 지원 ▲최저임금 인상 ▲대기업 고용형태 공시 등을 제시했다.

비정규직 제1공약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맞춰 고용노동부는 “대통령 공약대로 공공부문 상시ㆍ지속적 업무의 비정규직을 2015년까지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36만 명 중 올해 상담원ㆍ사무보조ㆍ청소노동자 등 상시ㆍ지속적 업무를 하는 4만1000명 이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비정규직 문제는 상생 화합으로 가는 우리시대의 화두이자 새 정부의 중요한 국정 과제이므로 공공부문의 기관장들이 의지를 갖고 비정규직 고용개선을 적극 추진해달라”고 밝혔다.

지난 8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2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24만9614명이고, 파견ㆍ용역 노동자는 11만641명으로 총 36만255명이다. 이 중 기간제 노동자는 54.69%, 청소 등 용역노동자는 28.32%로 이 둘을 합치면 83.01%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산전후 휴가ㆍ육아휴직ㆍ병가 등 업무 대체자나 특정 기간 내 행해야 하는 사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은 대체로 단기간 노동자(아르바이트)를 고용한다. 때문에 이들을 제외한 노동자들은 대체로 1년에 9~10개월 이상 상시ㆍ지속적 업무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2년 후인 2015년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대로 이 노동자들 중 일시적ㆍ간헐적 노동자나 기간제 교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된다는 것일까. 공공부문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전환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진행됐다. 정부는 2011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2011년 11월) 및 추진지침(2012년 1월)’에 따라 상시ㆍ지속적 업무를 하는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2012년, 2만2069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2012년 전환계획 대비 실적 비율은 96.3%이며, 일부 기관에서 2013년 1월 1일자로 700여 명이 전환된 점을 감안하면, 무기계약직 전환은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이명박 정권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정부 공약에 따라 한 단계 더 진전된 방향으로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2012년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공공부문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34만 명 중에서 2년 이상 근무하고, 상시ㆍ지속적 업무를 하고 있는 노동자를 전체의 28.47%인 9만7000여 명으로 분류했다.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은 30% 미만이다. 나머지 71.53%를 차지하는 24만 명 가량은 2년이 경과하기 전에 해고돼야 한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달라진 것은 정부출연기관 연구원 7000여 명을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2013년 기준 공공부문 36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중 이명박 정권에서 상시ㆍ지속적 업무로 분류된 9만7000명과 정부출연기관 연구원 7000명을 합쳐 10만4000명이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되는 셈이다.

이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36만 명 중에서 25만6000명이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28.8%만이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고, 71% 이상은 해고ㆍ재계약ㆍ외주화 대상인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청소 등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 시 임금체계 설정 등 직접고용에 필요한 컨설팅을 지속 제공하고, 상시 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간접고용 근로자를 바로 직접고용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가능케 하겠다”고 했다. 컨설팅을 제공해서 청소ㆍ경비ㆍ시설 등 용역노동자 10만 명이 100%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15만6000명의 노동자는 무기계약직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노동자들은 2년이 되기 전에 쫓겨나거나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비정규직 현황 조사에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하던 일을 외주화해 민간기업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는 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빠져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에는 직접고용 노동자 1577명과 간접고용 1057명 등 총 2634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두 차례에 걸쳐 1369명의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서울시 공공청사나 지하철역에서 근무하는 청소 근로자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6231명을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열악한 노동조건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라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다산콜센터를 비롯해 청소년수련관ㆍ노인종합복지관ㆍ기술교육원 등 382건이나 되는 민간위탁 사업의 노동자 1만3000명에 대해서는 실태조사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민간위탁 노동자들에 대해 통계조차 내지 않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민간위탁 노동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4배가 넘는다. 따라서 공공부문 전체의 민간위탁 노동자를 비정규직 노동자 36만 명의 평균 3배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한다면 민간위탁 비정규직 노동자는 100만 명에 달하게 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기계약직이 ‘무기한 계약직’으로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1월 25일부터 한 달간 전국 초중고 1만1000여 개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비정규직 계약해지 실태조사 결과 6475명이 해고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기간제 노동자는 5537명(85.51%)이었고,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분류될 상시·지속적 업무자는 5128명으로 기간제 노동자의 92.61%에 달했다. 직종별 해고자는 조리원ㆍ특수교육보조ㆍ초등돌봄강사ㆍ사서보조ㆍ전문상담원 등이었다. 국회교육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당시 조사에서 빠진 영어회화전문강사ㆍ스포츠교사ㆍ학습보조교사 등의 인원까지 합산하면 해고자는 1만 명에 달한다.

문제는 해고된 노동자 중에서 정부가 정규직이라고 주장해왔던 무기계약직이 1118명(17.26%)이나 해고됐다는 점이다. 무기계약직이 ‘무기한 계약직’도 아닌 ‘짝퉁 정규직’이라는 사실이 정부 조사 결과에서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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