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부모님 말고 자녀를 부양합니다...독립못하는 2030, 노후없는 5060
[이슈] 부모님 말고 자녀를 부양합니다...독립못하는 2030, 노후없는 5060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4.06.10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대 캥거루족 2012년 45.9%→53.1%로 증가
25세~34세 청년 66.0%는 부모와 함께사는 캥거루족
60년대생 15%, 부모와 자녀 이중 부양...부양비로 월평균 164만원 지출
유연근무 도입으로 청년세대 첫 취업·중장년 재취업 문턱 낮춰야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하는 캥거루족 청년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캥거루족 증가는 결혼, 출산율 저하와 함께 이들을 부양하는 부모세대의 노후 빈곤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하는 캥거루족 청년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캥거루족 증가는 결혼, 출산율 저하와 함께 이들을 부양하는 부모세대의 노후 빈곤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는 이른바 '캥거루족' 청년층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노후에도 자녀의 생활비용을 부담해야하는 부모 세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60세대 대다수가 자신의 부모와 자녀까지 모두 책임져야하는 이중부양의 늪에 빠져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황광훈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이 '2024 고용패널조사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2030 캥거루족의 현황 및 특징' 논문에 따르면 25세~34세 청년 중 캥거루족 비율은 지난 2020년 기준 6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논문에서는 캥거루족을 현재 부모님과 거주 중인 청년과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은 채 학업과 군복무 등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따로 거주하고 있는 청년으로 보았다.

과거에는 경제적 독립 후 젊은 세대가 부모와 거주하는 형태가 부모를 부양하기 위한 것이 일반적이였다면 현재는 자녀세대가 독립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해당 비중은 2012년 62.8%에서 3.2%P 증가했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연도별 '캥거루족' 비중 추이 (자료=한국고용정보원)

캥거루족의 증가는 수도권(69.4%, 비수도권 61.7%)이 비수도권보다 높았는데 수도권의 높은 집값이 원인으로 해석된다.

성별로 구분하였을 때는 남성의 캥거루족 비중이 69.1%로 여성 63.0%보다 컸는데 연구원은 이를 군복무와 결혼 연령 등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부모와 거주하고 있는 비율은 학령인구, 사회초년생 비중이 높은 20대(25세~29)세에서 꾸준히 80% 이상을 웃돌며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과거라면 결혼 등의 이유로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비중이 높은 30대에서 캥거루족 비중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2012년 30세~34세 캥거루족 비중은 45.9%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53.1%까지 치솟으며 30대 초중반 둘 중 한명은 부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황 부연구위원은 “최근의 캥거루족 증가 현상은 30대 초중반 연령대에서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30대의 캥거루족 증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취업자의 캥거루족 비중이 크게 증가하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미취업자 캥거루족은 2012년 47.4%에서 2020년 66.0%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취업자 캥거루족은 65.0%에서 63.5%로 줄었다. 미취업자 캥거루족의 증가는 부모세대 즉 5060세대의 생활 부담으로 이어진다. 독립적 개체로 사회에서 왕성히 활동해야할 시기의 청년들이 취업 대신 비취업을 택하면서 사회적으로는 국가 생산성 저하, 개인으로써는 생활고와 은퇴 지연, 불안한 노후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 빈곤률이 높은 데다가 노인 일자리 기반도 취약한 편에 속하는데, 노후를 준비해야할 시기에 자녀의 생활비를 부담하면서 향후 노인빈곤이 완화되기는 커녕 더욱 심화돼 사회적 비용이 크게 늘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황 부연구위원은 "캥거루족은 만혼이나 비혼주의 현상과 맞물려 작용하게 되고, 결국 이들 중 상당수는 경제적 기반이 약화돼 빈곤 상태로 전환되거나 청년 무직자(NEET)로 이행하게 되는 등 취약한 사회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캥거루족 청년세대의 부모세대 중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균 출산연령을 고려하였을 때 현재 25세~34세에 해당하는 이들의 부모세대는 5060세대가 가장 많다. 그런데 한 조사 결과 5060 세대 상당수가 부모와 자녀를 모두 부양하는 이중부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법인 돌봄과미래에서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5월 8일부터 15일까지 1960년대생 98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부모와 자녀를 모두 부양하는 비중이 15%에 달했다. 10명 중 3명은 자신 또는 배우자의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으며 2명 중 1명은 부모의 건강 문제로 돌봄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세대가 부모와 자녀의 용돈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평균 164만원에 달했다. 

이런 까닭에 은퇴 정년 60세라는 말과 무색하게 조사 응답자의 70%가 수입을 목적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90% 이상은 건강이 허락되는 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응답자의 52%는 정년, 건강 등의 이유로 퇴직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된다.

퇴직자 중 54%는 재취업 또는 창업으로 계속 소득 목적의 일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럴 경우 낮아진 임금으로 인해 평균 2, 3개의 일자리를 갖는 N잡러인 것으로 조사됐다.

노후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89%가 본인이라고 답했으나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은 62%에 불과하고 그중 대다수도 생활 유지를 위한 평균 필요 금액보다 낮은 수령 액수를 보이는 국민연금(80%)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사회적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노인빈곤이 전체적인 국가 빈곤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현 5060세대의 재취업 지원과 청년세대가 부모로부터 완전히 경제적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유연한 근무환경 구축 통해 노동시장 진입 높여야 

일부 전문가들은 높은 주거 비용과 취업난 등으로 경제적 자립이 늦어지는 청년 캥거루족 감소와 5060세대의 은퇴 후 재취업 지원을 위해서는 탄력 근무제, 유연 근무제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은 호봉제, 정규직 위주 이중구조 심화 등으로 경직성이 높고 새로운 노동 인원이 유입되기 어려운 형태다. 

경험이 적은 청년세대는 해고가 어려운 정규직으로 고용이 쉽지 않은데다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양극화가 심화돼 다수 청년이 소수의 일자리에만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청년층의 첫 사회생활 진입 시기는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어 2030세대 자립을 늦추는 원인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경제적 자립 시기가 늦춰지면서 결혼 적령기를 놓친 청년세대가 많아지고 비혼, 저출산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대로 5060세대는 연차, 경력 중심 호봉제로 주된 일자리에서 정년 직전 밀려나기 일쑤인데다 새로운 직장에 재취업하려는 경우에도 연봉, 순환되지 않는 일자리 환경 등의 문제로 적절한 일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탄력근로제 등 유연한 근무제도 활용을 통해 경직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일자리의 선순환을 증대할 필요가 있다. 

유연근무의 적절한 활용은 다음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직원 만족도 증가
유연한 근무제는 직원들이 가정과 직장 생활을 더 잘 조화시킬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일과 생활의 균형'을 지킬 수 있게 한다. 이는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와 정신 건강을 높이며 출퇴근 시간 감소, 혼잡도 낮춤 등으로 개개인의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2.생산성 향상
직원의 만족도 향상은 생산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직원은 자신이 가장 원하는 생산적인 시간에 근무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지며 스스로 업무를 관리하고 책임질 수 있게 된다.

또 직원들의 이직률 감소와 다양한 인력을 활용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3.다양한 인력 활용
유연근무제는 육아, 교육, 건강 등의 이유로 전통적인 근무시간에 일하기 어려운 인력도 유연한 근무제를 통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은퇴 후 일자리를 찾는 5060세대에게는 재취업 문턱을 낮춰줄 수 있는 방편이 된다. 

그러나 유연근무제는 이미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대기업 정규직 집단이나 높은 호봉을 받고 있는 이들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으며, 업무 성과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또 모든 직원이 정해진 공간에서 정해진 시간에 근무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기존의 조직 문화와 상이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데도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애로사항에도 불구하고 유연 근무제는 기업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청년세대의 노동시장 진입 관문을 낮추고 5060세대의 재취업을 높이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이용기 교수는 "유연근무제도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업무 성과 평가 시스템 개선, 협업 도구 제공, 직원들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높이는 방안 등이 함께 고려되어야한다"며 "이를 위해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회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미취업 청년의 증가, 빈곤층 노인의 증가를 줄이기 위해서 현금성 지원이 아닌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